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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솟은 바위섬, 처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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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가운데 솟은 바위섬, 처용암

바다 한가운데 솟은 바위섬, 처용암

고등학교 시절, 고전문학 시간에 잠깐 배웠던 향가 ‘처용가’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밤새도록 놀다 집에 들어왔더니, 내 자리 위에 낯선 다리 둘이 더 있더라”라는 노랫말로 유명한데, 교과서를 붙들고 달달 외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당시에 “처용”이라는 이름과 함께, 아내 침상에 나타난 역신 이야기가 묘하게 각인되어 있었는데요.
울산 곳곳을 여행하면서도 이 설화와 직접 연결된 처용암이 있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제서야 처음 방문을 해보았습니다.

처용암 부근에 도착을 하니 ‘처용암 표지판’이 눈에 띄었고, 그때 비로소 “아, 울산과 처용 설화가 이렇게 연관이 있구나!” 라는걸 느끼게 되었어요.

처용암은 울산광역시 남구 황성동 세죽마을 해변에서 서쪽으로 약 150m 정도 떨어진 바위섬입니다.

  • 주소: 울산 남구 황성동 668-1
  • 울산광역시 기념물 제4호 (1997년 10월 9일 지정)

바닷물이 빠지면 손에 닿을 듯 가깝지만, 물이 차오르면 섬처럼 고즈넉이 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예전에는 개운포로 불렸던 이곳 주변이 신라 시대에 해상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포구였다고 하니, 지금의 산업단지 풍경과는 사뭇 다른 옛 정취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역사·문화적 배경: 삼국유사에 전하는 처용암 설화

신라 제49대 헌강왕(재위 875~886) 때, 왕이 개운포(현 울산 남구) 일대를 거닐던 중 갑작스럽게 짙은 안개와 구름(운무)이 끼어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펼쳐졌다고 합니다.
궁금해진 헌강왕이 신하들에게 묻자, 일관(天文·점성을 담당하는 관직)이 “이는 동해 용왕의 조화이니 용을 달래기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합니다.”라고 아뢰었죠.

이에 왕은 근처에 용을 위한 절(망해사)을 세우도록 명을 내렸고, 그 순간 안개가 싹 걷혀 개운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해요.

용왕은 무척 기뻐하여 일곱 왕자를 거느리고 나와 춤과 음악으로 왕의 덕을 찬양했습니다.
그중 한 아들(바로 처용)이 헌강왕을 따라 서라벌(경주)로 향해 정사를 도왔고, 관직도 받게 되었는데,
이때 처용이 바닷속(동해)에서 나왔다는 상징적인 장소가 바로 처용암이라는 것이 설화의 줄거리입니다.

현재도 이곳에 방문을 하여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을 쉽게 목격을 할 수가 있답니다.

‘처용가’와 역신을 쫓는 이야기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향가 ‘처용가’ 이야기는 여기서 이어집니다.

  • 처용은 왕이 내려준 관직을 받으며 살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와 보니 아내와 역신이 함께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 하지만 처용은 화를 내지 않고 노래와 춤으로 상황을 표현한 뒤 문밖으로 물러났는데요.
  • 역신은 이런 관용에 감복해 “이후로는 처용의 얼굴이 그려진 곳엔 들지 않겠다.”라고 맹세하게 됩니다.
  • 이때부터 벽사진경(마귀나 재앙을 쫓고 경사를 맞는다는 뜻)의 상징으로 처용탈이나 처용 그림을 대문에 붙이는 풍습이 전해졌다고 합니다.

또 처용암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작은 수변공원(일명 ‘처용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쉼터 정자와 처용문화제 공식 캐릭터(감투와 의상을 형상화한 조형물)가 설치되어 있어, 가볍게 산책을 즐기며 사진 찍기 좋아요.

특히 포토존에 서면, 캐릭터 조형물처용암이 한 프레임에 들어와 색다른 인증샷을 남길 수 있답니다.

그리고 삼국유사 설화임진왜란 때 처용암에서 기풍제를 지내 적선(왜선)을 침몰시켰다는 이야기도 접할 수 있어, 역사 공부에도 그만이었어요.

화장실과 쉼터가 조성이 되어 있어 울산 여행시 한번 쯤 방문해보시는것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자가용으로 울산을 여행하시는분이라면 야간에 한번 방문하셔서 공단일대의 일렁거리는 야경을 한번 살펴보시는것도 추천드리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이곳의 풍경은 조금 독특합니다.
바다와 습지, 작은 마을 흔적이 남아 있는 세죽옛터, 그리고 멀리 보이는 온산국가산단의 공장 지대가 한데 어우러져 있어요.

이번에 처음 방문한 처용암… “이토록 흥미로운 신라 설화가 있는 곳인데, 왜 좀 더 적극적으로 관광자원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울산에서는 처용문화제가 열리고, 처용무처용탈 등이 전해 내려오지만, 아직은 크게 부각되지 않은 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산업화로 인해 많은 부분이 훼손되었지만, 남은 습지를 어떻게 보전하고, 지역 문화·생태와 조화를 이루게 할지가 앞으로의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쩌면 아담하고 한적해서,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다가 품은 이야기, 그리고 처용가가 품은 동해 용왕의 전설을 느껴보고 싶다면, 다음 울산 여행 때 처용암을 꼭 넣어보세요.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포구의 과거 모습이 아련하게 눈앞에 떠오르는 멋진 공간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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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모든것 – 라이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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