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태화강 대숲납량축제 후기, 폭우 속에서도 놓칠 수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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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히도리 입니다.
올여름 울산에서 가장 기대했던 축제, 태화강 대숲납량축제 다녀왔어요.

벌써 18회째를 맞는 축제인데,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4일 동안 태화강국가정원 왕버들마당에서 열렸고 저는 예스24로 미리 예매까지 해뒀어요.

그런데 하필 방문 날 비 소식이 있더라고요.
그것도 그냥 비가 아니라 거의 폭우 수준이었거든요. 그래도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후기, 지금부터 하나하나 풀어볼게요.

8월 15일, 6회차 예매하고 갔던 날
제가 예매한 건 8월 15일 밤 10시 30분, 그러니까 6회차였어요.
호러 트레킹은 밤 8시부터 11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총 7번 진행되는데, 저는 조금 늦은 시간대를 골랐어요.
예스레 미리 예매해뒀고 시간 맞춰서 슬슬 준비하고 나가려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더라고요. 결국 그날은 그냥 비가 아니라 폭우에 가까웠어요.

처음엔 우산을 챙겨 갔는데 얼마 안 가서 그냥 포기했어요. 우산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거든요.
그렇게 비를 쫄딱 맞으면서 축제를 즐겼는데 이상하게 짜증나기보다는 오히려 재밌더라고요.
어릴 때 비 오는 날 친구들이랑 우산 접고 뛰어놀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면서 오랜만에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다 큰 어른이 되어서 비 맞으며 뛰어다닐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그런 의미에서는 예상치 못한 선물 같은 하루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는데 눈 감으면 자꾸 그날 만난 귀신들 얼굴이 아른거리더라고요. 그 정도로 임팩트가 컸다는 뜻이겠죠.

티켓 교환, 여기서 조금 헤맸어요
이번에 아쉬웠던 부분 하나만 짚고 넘어갈게요.
예매를 미리 해뒀는데도 티켓 교환하는 곳이 실제 행사장이 아니라 태화강국가정원 만남의광장이더라고요.
문제는 행사장 입구에는 여기서 먼저 발권하고 오라는 안내가 딱히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그냥 행사장 줄에 서 있다가 안내하시는 분한테 발권 먼저 하셔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시 만남의광장까지 되돌아갔다 왔어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저처럼 헛걸음한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태화강국가정원 자체가 워낙 넓다 보니 어느 방향으로 오느냐에 따라 동선이 다 다른데, 발권 위치 안내가 조금만 더 눈에 띄게 되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예매를 했는데도 시간대별 대기 인원이 은근 있었던 것도 아쉬운 점이었어요. 현장 구매자와 사전 예매자 줄을 구분해줬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지품 보관도 걱정 없어요
트레킹 코스에 들어가기 전에는 휴대폰이나 가방 같은 소지품을 갖고 들어갈 수 없어요.
그런데 입구 쪽에 물품보관소가 따로 운영되고 있어서 걱정 없이 맡기고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저처럼 비 오는 날 방문한 경우엔 우산도 당연히 들고 들어갈 수 없으니, 이 보관소가 정말 요긴했어요.
가방, 휴대폰, 우산까지 한 번에 맡겨두고 몸만 가볍게 트레킹 코스로 들어갈 수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새로 생긴 호러 트레킹 코스, 진짜 리얼했다
올해 코스는 완전히 새로 바뀐 코스였는데 이게 정말 잘 만들었더라고요.

이번 컨셉은 ‘금죽령, 대나무 재를 넘지 마라’라는 스토리였는데요, 산신제 터부터 장승숲, 귀신들의 마을, 저승사자의 길, 저주의 다리까지 총 7개의 관문을 지나가는 구성이었어요.

코스 길이는 총 320m라는데 걸으면서 느낀 체감 길이는 훨씬 길게 느껴졌어요. 끝날 것 같으면서도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입장 전에는 휴대폰이랑 가방을 전부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몸만 가볍게 들어갔어요. 소지품이 없으니까 오히려 더 온전히 코스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들어가자마자부터 조명이 예사롭지 않았어요.
구간마다 색이 완전히 다르게 바뀌는데, 어떤 구간은 초록빛 조명이 대숲 전체를 뒤덮으면서 안개처럼 퍼지고, 또 어떤 구간은 붉은 조명이 확 쏟아지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살벌해졌어요.

조명 색이 바뀔 때마다 긴장감도 같이 확 바뀌는 느낌이라 다음 구간에서는 또 어떤 색이 나올지, 뭐가 튀어나올지 계속 예측이 안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놀란 건 폭우 속에서도 귀신 분장 하신 분들의 몰입도였어요.
비를 그대로 맞으면서 연기하고 계신데도 흐트러짐 없이 계속 그 분위기를 유지하시더라고요. 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척 달라붙은 채로 고개를 푹 숙이고 서 계시다가 스윽 움직이는 순간, 정말 소름이 쫙 돋았어요.

대나무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담장이나 산신제 터를 연상시키는 소품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서 그냥 걷기만 해도 스토리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 들었어요.
빗소리도 한몫했어요. 대나무 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바닥에 물 고이는 소리가 계속 배경음처럼 깔리다 보니까 어디서 무슨 소리가 나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됐어요.

발소리인지 빗소리인지 헷갈리는 순간들이 계속 이어지면서 긴장을 놓을 틈이 없었어요. 날씨 때문에 오히려 몰입감이 배가 됐다고 해야 할까요.
코스를 걷는 내내 다음 모퉁이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몰라서 계속 긴장 상태였어요. 저주의 다리 구간까지 무사히 통과했을 때는 살짝 안도감마저 들더라고요. 비 오는 날 트레킹은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었어요. 맑은 날 갔으면 못 느꼈을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트레킹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만족도 조사판이 세워져 있었어요.
다양한 체험 코스, 조명과 음향 등 특수 효과, 분장과 연기라는 세 가지 항목 중에서 가장 만족했던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서 투표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저도 스티커 하나 붙이면서 방금 겪은 코스를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됐는데, 소소하지만 참여형 마무리라 재밌었어요. 이런 피드백이 쌓여서 내년 코스에 반영될 걸 생각하니 더 기대가 되더라고요.

부대행사도 알차게 즐겼어요
트레킹만 하고 끝내기 아쉬워서 부대행사도 이것저것 즐겼어요.
입구를 지나 대나무숲 산책로부터 이미 축제 분위기가 제대로였어요.

납량축제를 보고 와서일까요? 원래 유명했던 십리대숲이지만 대나무 사이사이로 컬러풀한 조명이 켜져 있어서 더 이뻐보였어요.
특히 비가 오는 와중에도 조명이 젖은 바닥에 반사되면서 은은하게 퍼지는 느낌이 오히려 몽환적이었습니다.

페이스페인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하고 계셨어요.
부스마다 대기가 있긴 했지만 다들 신나는 표정으로 순서를 기다리시더라고요. 저는 페이스페인팅까지는 못 해봤지만, 완성하고 나오시는 분들 얼굴 보니까 다음엔 저도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토존은 곳곳에 있었는데 대숲을 배경으로 한 대형 포토월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축제 로고랑 대나무 일러스트가 그려진 배경 앞에서 다들 삼삼오오 모여서 사진을 찍고 계셨고, 저도 그 앞에서 몇 장 남겼어요. 재밌었던 건 포토존 근처를 진짜 귀신 분장한 분들이 돌아다니면서 방문객들이랑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어주고 계셨다는 거예요.

하얀 소복 입은 귀신이랑 검은 옷 입은 귀신이 나란히 서서 셀카를 찍어주시는데, 트레킹 코스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심장이 쿵쾅쿵쾅했어요. 실전은 대체 얼마나 더 무서울지 미리 겁부터 먹고 시작한 느낌이었달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심야 호러영화 상영이었어요.
무대 앞에 의자가 쭉 놓여있고 대형 스크린으로 공포영화를 틀어주는데, 사실 저는 평소에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편이거든요.
근데 야외 스크린에서 상영하는데 영화 속 괴성이랑 실제 쏟아지는 빗소리가 겹치니까 스피커 소리보다 현실감이 훨씬 크더라고요.

화면 속 소리인지 진짜 어디선가 나는 소리인지 헷갈릴 정도였어요. 우비 입고 앉아서 영화 보는 사람들 사이에 저도 껴서 오들오들 떨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비가 와서 그런지 앉아계신 분들도 많지는 않았는데, 오히려 그 한적함이 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줬어요.

행사장 곳곳에 붙어있던 안내판도 눈에 띄었어요.
전체 일정표부터 회차별 운영시간, 트레킹 코스의 7개 존 소개까지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처음 방문한 사람도 헷갈리지 않게 잘 되어 있더라고요.

총평,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솔직히 비 소식 듣고 갈까 말까 진짜 고민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녀오니까 폭우였기 때문에 더 특별한 경험이 됐던 것 같아요.
발권 동선 같은 운영상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트레킹 코스 자체의 완성도나 배우분들의 열정은 확실히 느껴졌어요.

내년에는 새로운 코스에 발권 동선까지 개선되면 훨씬 완성도 높은 축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벌써부터 내년 대숲납량축제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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